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여 13시간여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가운데 이 대표가 말한 '시지프스'를 놓고 여야가 옥신각신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지자들을 향해 "소환 조사에 열 번이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라고 윤석열 정부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정치 뉴스에 등장한 '시지프스'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지프스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와 에 나레테 사이에서 태어난 코린토스의 왕입니다.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는 시지프스를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고 했는데 신들은 시지프스를 엿듣기 좋아하고 교활한 인간으로 미워했습니다.
시지프스는 도벽이 심한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그의 이복형 아폴론의 소를 훔친 사실을 아폴론에게 알렸고 제우스가 독수리로 변해 요정 아이기나를 납치해 간 사실을 아이기나의 아버지인 강의 신 아소포스에게 알려서 딸 아이기나를 구하게 하여 대가로 시지프스가 물이 마르지 않는 샘을 얻기도 했습니다.
화가 난 제우스가 시지프스를 당장 잡아오라고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보냈는데 시지프스는 오히려 꾀를 내어 타나토스를 쇠사슬로 묶어 돌로 만든 감옥에 가두어버립니다. 제우스는 다시 전쟁의 신 아레스를 보냈는데 시지프스는 잔인한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맞서다가는 피바다가 될 것 같아 아레스에게 항복하고 저승으로 따라갑니다.
하지만 시지스프는 이승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 3일만 주면 일을 마치고 다시 저승으로 오겠다며 저승의 왕 하데스를 속여 세상으로 빠져나와 약속을 어기고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하데스가 죽음의 신 타나토스에게 붙잡아 오라고 명령하여 시지프스는 다시 저승으로 끌려왔습니다.
하데스는 시지프스에게 저승에 있는 높은 바위산 꼭대기에 큰 바위를 세워두라고 형벌을 줍니다. 그런데 시지프스가 온 힘을 다해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으면 그 순간 다시 반대편 계곡으로 굴러 떨어져서 시지프스는 다시 계곡으로 내려와 바위를 밀어 올려야 했습니다. 영원히 반복하면서 말이죠.
이 신화를 바탕으로 철학자 카뮈는 '시지프스 신화"(1942)라는 에세이를 써서 부조리에 대한 삶의 의미를 이야기했습니다. 카뮈는 "이 세상에서 명확한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우리의 노력은 세상의 부조리에 번번이 좌절하고 만다. 때문에 우리는 과연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라는 회의에 빠지곤 합니다.
부조리는 이 세상의 불합리, 모순, 왜곡인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합니다. 결국 나 자신이 이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뒤틀린 세상의 부조리를 인지하여 대항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신들은 시지프스가 바위를 밀어 올리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허무한 노력으로 가장 가혹한 형벌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일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것이 시지프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면 아마 시지프스는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을지도 모릅니다.
시지프스가 묵묵히 참혹한 삶의 조건을 자살하지 않고 버틴 것은 어쩌면 언젠가 하데스가 그의 인내와 노력을 가사잏 여겨 구원할 것이라는 희망이 아니었을까요?
시지프스 입장에서는 산에서 걸어내려 와서 또다시 바위를 밀어 올리는 것이 형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운명을 버텨냄으로써 한 차원 더 강해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가 하데스가 가상히 여겨 구원해 줄지 모른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는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를 언급하며 마치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부조리인 듯 항변했다"며 "시지프스는 애초에 욕심이 많았고 속이기를 좋아한 것을 이 대표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또 강대변인은 "이 대표와 참으로 닮은 시지프스, 끝없는 죗값을 받았던 그 결말도 같을 것"이라며 이 대표 역시 법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최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8일 SBS라디오 '김태헌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여당에서는 시지프스가 굉장히 욕심 많은 왕으로 처벌을 받았다고 얘기를 하는데 아마 (이 대표가)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시지프스의 신화'를 본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카뮈는 '신의 노여움을 사 크고 무거운 돌을 끊임없이 산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를 "만약 한 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성공의 희망이 그를 떠받쳐준다면 무엇 때문에 그가 고통스러워하겠는가?, 이 신화가 비극적인 것은 주인공의 의식이 깨어있기 때문"이라며 벌을 내린 신보다 더 강한 의지의 소유자로 묘사했습니다.
시지프스라는 인물을 놓고 각각의 해석을 하고 있는 여와 야, 여러분의 해석은 어떠신가요? 오늘도 블로그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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